꽃무릇 피던 때, 영광 불갑사에서 하늘을 보다.
가을로 들어선 하늘..
며칠후
딸아이가 시를 쓰다.
넓고 푸른 가을하늘
가을 하늘은 우리 친구
그 푸르다는 바다와 이웃하고
그 넓다는 우주와도 이웃했지만
우리는 바다도 우주도 아니지만
땅 속까지 스며든 가을하늘은
지렁이와도 이웃하고, 썩은
낙엽과도 이웃인 걸.
넓은 마음 가진 하늘과
우리는 잘 때도
놀 때도 언제나
함께.
가을 하늘은 착한 것 같아.
심통쟁이 여름 하늘처럼
비를 뿌리지도 않고
썰렁한 겨울 하늘처럼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눈을 내리지도 않잖아
가을 하늘은 참 고마워.
하지만 가을 하늘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해 주었대.
여름 하늘은 쨍쨍 햇볕에 가뭄이
들어 걱정된 나머지
비를 너무 많이 뿌렸고,
겨울 하늘은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사박사박
눈을 내렸다는 거야.
높은 가을 하늘이라지만 언제나
흙과 바다와 우리와 함께인
가을 하늘은 누구나 친구야
심통쟁이 여름 하늘과
썰렁한 겨울 하늘도 나무라지 않는
가을 하늘은 누구나 친구야
그럴거야 마음 넓은 가을 하늘은.
... 시를 보고
더 많은 가을하늘을 보여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아빠 고향 뒷산에서 본 하늘..
서쪽하늘
고개 돌려 월출산을 보며
여긴 남쪽하늘
공주 무령왕릉에서..
꼭 윈도우 배경같네..
늦은 오후 섬진강 장구목에서
하늘이 흐려지는 건 저녁이 다가오기 때문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하늘과 지붕은 서로 비슷할까?
지리산 정령치에서
지리산이면 뭐든지 좋게 만들지, 그게 지리산
화순 만연사에서..
여백에 무엇인가를 그리고 싶은 하늘
잿빛도 똑같이 넓고 푸른 가을하늘
....
...
여기에 네가 그렸던 하늘이 있을까.
가을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