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가족들 모두 모여
형님집에서 식사를 하고나서
심심해하는 며늘님들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눈이 꽤 쌓여있는 도로.. 이럴 때 운전이 더 맘 편한 이유는?
ㅎㅎ 돌아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기 때문
목적지는
눈 쌓인 남평역.
남평역 앞에서
남평역에서는 꼭 사평역이 생각난다.
그래서
눈내리는 저녁에만 가야 하는 사평역을 상상하며 간다.
물론 현실에선 사평역에 갈 수 없다. 존재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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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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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사진속 철길은
항상 휘어져 있을까...
산을 휘돌아가서?
남평역만으론 서운하다 하여
더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다.
나주 불회사
눈길이라 꽤 멀다.
이런 눈길을 시원하게 달리다.
미끄러지면 어떠랴.. 양쪽에 바리케이트처럼 쌓인 눈이 막아줄텐데 하면서...
불회사 입구는 언덕길에 있다.
눈 쌓인 언덕, 차를 입구쪽까지 끌고 가기는 갔지만 미끄러져 더 이상 올라갈 수도 없고, 돌리기도 힘들어..
그냥 길 한가운데 쯤에 세워놓고 ..뭐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으니 하며..
걸어들어 갔다.
불회사 들어가는 길
카메라를 들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뉘실까..
하얀 벙거지를 쓴 할배장승
하얀 지붕
그리고
절 뒷쪽 동백나무숲
빨간 동백꽃이라도 피어있다면
카메라배터리가 다 닳아졌겠지...
사방이 온통 눈...
저렇게 신나는...
얼마만일까.
나오는 길은
그리고
눈길을 헤쳐가야만 하는 드라이버의 정신집중?